책꾸러미[소설 외] 2015.12.30 19:53
화정 - 8점
박찬영 지음/리베르

  붓을 한 손에 꼬나쥐고 '화정'이라 적은, 이 여인은 바로 인목대비의 딸로, 영창대군의 누나로 삶을 살아간 정명공주이다.     살아도 산 것 같지 않은 삶을 살아야 했던 그녀는 광해군의 시대, 그렇게 죽은 듯이 침묵하면서 숨 죽이고 살았던 것이다.   그래서 살아 남을 수 있었고, '화정'이란 단어를 적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녀가 살아온 삶이 그녀에게 안겨준 철학이 바로 '화정'인 것이다.   자신을 향한 빛나는 다스림, 자신은 숨 죽이면서 침묵하고 있으면서 다른 사람들을 움직이는 능력을 가졌던 그녀.   화려한 정치 혹은 빛나는 다스림이란 뜻을 가진 화정은 정명공주가 남긴 말이다.

 

  '화정'을 쓴 정명공주를 만나기 위해서 우리는 광해군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왜냐하면, 광해군의 아버지였던 선조가 늙은 나이에 맞이한 젊은 아내였던 인목대비의 딸이 바로 정명공주이기 때문이다.    왕이 될 수 없었던 사람인 광해군이 왕이 될 수 밖에 없는 운명을 가지게 되었던 그 시대에 하필이면 정명공주가 태어났고, 그녀는 바로 영창대군의 누나라는 이유로, 인목대비의 딸이라는 이유로, 인목대비가 서궁으로 유폐되었을때 함께 유폐되면서 서인으로 내려앉게 되기도 한다.    광해군이 영창대군을 죽음으로 내몰고, 인목대비를 서궁에 유폐시키면서 광해군이 왕으로 있던 그 시대만큼은 결코 살아도 산 것처럼 있을 수 없었던 정명공주는 움직이지 않은 채, 침묵하면서 살아가고 있었다.    살아남기위한 방편이었던 것이다.    

 

  인조반정이 일어나면서 광해군이 왕의 자리에서 밀려났을때, 인목대비와 정명공주는 드디어 서궁에서 나올 수 있었고, 보상심리의 발생이었던지 인목대비는 단 하나 남은 피붙이인 딸 정명공주에게 아주 애틋하였다.    그녀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해주고싶었고, 그녀에게 모든 것을 해주고싶었던 인목대비는 결국 정명공주를 부동산재벌로 만들어 줄 정도였다고 한다.    약혼녀가 있는 딸보다 세 살이나 어린 사위를 얻어 혼기를 놓쳤던 정명공주에게 남편을 안겨주기도 했던 인목대비는 정명공주에게 이제 화려한 삶의 부귀영화를 대대로 누릴 수 있는 삶을 안겨주었던 것이다.     인조는 반정의 정당성을 훼손할 수 없어서 인목대비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들어주었고 말이다.

 

  그렇다고 그녀가 안정적인 삶만을 남은 여생 살았던 것은 아니다.   '화정'이란 화두를 던질 수 밖에 없었던 삶은 계속 그녀에게 이어지고 있었으니 말이다.    인목대비가 죽고나서 인조는 의심병이 들어 정명공주가 자신을 저주한다고 믿고 말았다.    살얼음판 위를 걷는 것같은 삶을 다시금 살게 된 정명공주는 광해군시대처럼 숨을 죽이면서 침묵하면서 살아가게 된다.    움직이면 바로 표적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 자신은 침묵하였지만 다른 사람들을 움직여 자신의 삶을 연명할 수 있었던 정명공주는 인조시대, 그 좋아하던 그래서 잘 하던 붓글씨마저 중단하면서 지냈다고 한다.    그러다 인조의 시대가 지나고나서 다시 숨을 쉴 수 있게 되었을 때, 그녀는 다시금 붓을 들었다고 한다.

 

  그녀의 삶은 그녀에게 '화정'을 남기게 했고, 그러했기에 장수를 하면서 위기 속에서도 살아갈 수 있었던 그녀였다.   그녀의 삶이 결국 그녀의 탁월한 정치기술을 남기게 해준 것이다.    빛나는 다스림...

  이 책은 바로 그녀가 '화정'을 남길 수 밖에 없었던 삶의 시대를 살았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녀가 선택한 정치기술, 자신을 향한 빛나는 다스림은 결국 그녀에게 위기 속에서 죽음이 아닌 삶의 편에 설 수 있도록 해준 것으로, 그녀가 던진 '화정'이란 화두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그녀가 말한다.   "너희가 다른 사람의 허물을 보거나 들었을 때 부모의 이름을 들었을 때처럼 귀로만 듣고 입으로는 말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라고...  [3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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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푸른옹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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